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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
  • 입력 2023.09.12 19:48
  • 수정 2023.09.18 13:00
  • 호수 1471

[기후위기 시대 그린경제도시로 나아갈 방안은?] ② 독일 프라이부르크 보봉마을
세계가 주목하는 친환경·에너지자립 녹색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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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최우선으로 생활방식 변화 이끌어
패시브 하우스 건축·차 없는 거리 조성
탄소중립 실현 앞당기는 것이 주요 과제

<편집자주>

당진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와 대규모 제철소인 현대제철 당진공장이 운영 중이다. 때문에 지난 30년 동안 당진지역의 주요 현안은 ‘환경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산업화를 통해 인구가 늘고 지역내총생산(GRDP) 규모는 커졌지만, 한편으로는 환경문제로 인해 거주 환경은 갈수록 악화됐다. 민선8기 당진시가 내건 슬로건처럼 ‘그린경제도시’는 가능한 것일까?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환경과 경제가 균형 잡힌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울산과 포항, 그리고 독일 슈투트가르트와 프라이부르크 사례를 통해 당진시가 그린경제도시로 나아갈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보봉마을의 모습

독일 프라이부르크 남쪽에 위치한 보봉(Vauban) 마을은 5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작은 지역이다. 우강면과 비슷한 인구 규모다. 이 조그마한 마을이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이곳이 친환경·에너지자립·탄소중립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프라이부르크 시내에서 트램으로 10분 여 떨어진 보봉에서는 자동차를 타는 사람보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대학생들로부터 시작된 프로젝트 

30년 전만 해도 보봉은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에 속했던 프랑스군이 주둔했던 곳으로, 1990년 동독과 서독의 통일로 프랑스군이 철수하자 마을은 폐허로 남았다. 

이곳은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했기 때문에 저소득층과 가난한 대학생들이 이곳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빈민가로 전락할 수도 있었던 이 마을이 지금의 친환경 마을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브레멘 출신의 한 대학생 때문이었다. 

그와 친구들은 프랑스군이 사용했던 막사를 활용해 새로운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는 범위를 넓혀갔다. ‘포럼 보봉’이라는 주민자치 조직을 구성하고, 환경·에너지·정치·교육 등 다양한 분과별로 주민들이 참여해 마을에 필요한 것을 스스로 논의하고 실행해 나갔다. 

차가 없는 주민들은 카쉐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며 경제와 환경적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차가 없는 주민들은 카쉐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며 경제와 환경적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걸어서 생활이 가능한 마을 

이 과정에서 자동차가 아닌 ‘걸어서 생활이 가능한 마을’을 조성하기에 이른 것이다. 보봉의 마을 중심에는 트램을 탈 수 있는 정류소는 물론, 생필품과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상점(주민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으로 운영)과 다양한 주민 편의시설이 모여 있다. 자동차 없는 마을을 지향하다 보니, 집집마다 주차공간을 보유할 필요가 없어졌다. 

프라이부르크에서는 자동차를 소유한 경우 주차공간까지 건축해야 주거공간으로 허가받을 수 있으나, 주정부는 보봉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해 각 집에 주차장을 만드는 대신, 마을 외곽에 공용 주차장을 설치토록 했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주민들은 걸어서 집으로 향한다. 택배 등 불가피한 경우 차량이 마을에 들어올 수는 있지만, 규정속도 30km/h 이하의 속도를 지켜 운행해야 한다.

이렇게 되자 보봉의 골목과 길은 아이들 차지가 됐다. 아이들은 차 없는 거리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게 됐고, 주민들은 아이들을 매개로 더 끈끈해졌다. 집집마다 울타리 대신 녹색 정원을 가꾸는 것도 보봉 주민들 간의 소통을 돕는다. 공간이 지역주민의 삶을 바꿔나가는 것이다. 

주민들은 차가 필요한 경우 차량 공유 서비스(카쉐어링)를 이용한다. 마을 중심에 여러 대의 공유차량이 세워져 있는데, 마을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이미 보봉 주민들의 자가용 보유율은 인구 100명당 자동차가 20대에 불과할 정도로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분담율을 더 감축하는 게 이 마을의 목표다. 주민들은 친환경 마을을 만드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이 마을에서 3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마을해설사 발레리 부르토(Valérie Breteau) 씨는 “우리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환경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로에는 ‘차 없는 거리’ 표시가 그려졌다. 아이들이 언제든 뛰어놀아도 된다는 의미다.
도로에는 ‘차 없는 거리’ 표시가 그려졌다. 아이들이 언제든 뛰어놀아도 된다는 의미다.

주민 참여로 에너지자립 실현 

이밖에 보봉에서는 주택의 열손실을 방지하고 단열·난방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3중 창호, 단열재를 사용해 집을 짓는다. 또한 집집마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필요한 전력을 직접 생산해 사용하고 있다. 현재 60여 개 가구는 소비전력보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해, 잉여전력을 인근 발전소에 판매해 수익을 거두기도 한단다. 에너지자립을 실현한 패시브 하우스를 넘어 플러스 하우스(생산한 에너지가 남아 외부에 파는 것)로 거듭난 것이다. 

공원과 녹지 조성, 빗물을 가두거나 홍수를 예방하는 시설 설치는 물론, 놀이터에 놀이시설을 설치하거나 온 주민이 한 달에 한 번씩 함께 피자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커다란 화덕 설치까지 주민들의 의견이 들어가지 않은 것을 찾기 힘들 정도로 대화와 소통, 자치활동이 일상화 되어 있다. 대화의 주체는 어린이부터 학생, 어른까지 모든 주민이 해당된다. 이는 지역에 대한 애향심과 참여의식을 더 깊고 견고하게 만들어준다.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 조성된 보봉마을 내 공원의 모습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 조성된 보봉마을 내 공원의 모습

남은 과제는? “탄소중립 앞당기기”

‘탄소중립’은 시대의 화두다. 특히 독일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때문에 프라이부르크에서는 난방 네트워크를 형성, 인근 공장지대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공장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상공으로 버려지는 열을 포집해 주민들이 이용하는 난방열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발레리 부르토 씨는 “친환경 마을을 만들기까지 오랜 시간과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었다”며 “우려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모두가 만족하는 마을을 만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친환경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줘서 고마운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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