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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오지탱탱한 종소리 따라나가던여린 종소리 되돌아와종 아래 항아리로 들어간다저 옅은 고임이 있어다음날 종소리 눈뜨리라종 밑에 묻힌 저 독도 큰 종종소리 그래서 그윽할 터그림자 길어져 지구 너머로 떨어지다가일순 어둠이 된다초승달 아래 나 혼자 남아내 안을 들여다보는데마음 밖으로 나간 마음들돌아오지 않는다내 안의 또다른 나였던 마음들아침은 멀리 있고나는 내가 그립다이문재 시집 '마음의 오지' 中에서- 시 소개해주는 남자: 정봉식(호서고 교사, 본지 편집위원장)
정봉식이 추천하는 시
당진시대
1999.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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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뭐헌다요. 산 아래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산 너머, 저 산 너머로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산 아래 집 뒤안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허연 서리만 끼어가고저 달 금방 져불면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이 가을 다 가도록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김용택 시집 '그대, 거침없는 사랑
정봉식이 추천하는 시
당진시대
1999.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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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석내 눈부신 젊은 날은고욤나무 생감만큼 실로 떫었더니라자그마치 나이 들고섬뜩섬뜩 겁질도 잦아지면서나이든 저승 나비허깨비도 더러 보았지만청천리 강물 앞돌밭나루 큰 돌 앞에 눈인사를 하고물 건너로 혼불처럼 날아간저승 나비 눈치도 먼 발치로 보며가까스로 그 돌 앞에여물이 들더니라이제는 기쁜 일로 천년을 살더라도금이나 은같이는 빛나지 말자눈먼 돌 귀먼 돌에살붙이 혈육으로 접을 붙으면캄캄한 그 안에서모래알이 보이지모래알을 적시는 물소리도 들리지돌 속에내 마음 놓아 버렸으니서정춘 시집 '죽편' 中에서- 시 소개해주는 남자: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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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1999.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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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갈대 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정호승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中에서- 시 소개해주는 남자: 정봉식(호서고 교사, 본지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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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1999.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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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는 둥그런 산에 산다나무와 밭으로 뒤덮인 산,숲에서 나온 물줄기는 밭을 가로질러 산 아래 들판으로 흐른다가끔은 구름이 내 오두막을 감싸기도 한다내 산엔 산 같은 무덤들이 있다아버지 어머니도 산에 묻혔다아버진 말이 없는 분이셨다얼굴을 본 기억이 없는 어머닌 노래를 잘 부르셨다고 한다이제 출산 날이 다가온 아내의 배를 보니무덤을 참 많이도 닮았다유승도 시집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 中에서- 시 소개해주는 남자: 정봉식(호서고 교사, 본지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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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1999.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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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가 먹고 싶다국수가 먹고 싶다사는 일은밥처럼 풀리지 않는 것이라지만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국수가 먹고 싶다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소 팔고 돌아오듯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국수가 먹고 싶다세상은 큰 잔치집 같아도어느 곳에선가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마음의 문들은 닫히고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눈물자국 때문에속히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들과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이상국 시집 '집은 아직 따뜻하다' 中에서- 시 소개해주는 남자: 정봉식(호서고 교사,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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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1999.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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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걱정열무 삽십 단을 이고시장에 간 우리 엄마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엄마 안 오시네,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아주 먼 옛날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기형도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中에서- 시 소개해주는 남자: 정봉식(호서고 교사, 본지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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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1999.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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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섬, 하면가고 싶지만섬에 가면섬을 볼 수가 없다지워지지 않으려고바다를 꽉 붙잡고는섬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수평선 밖으로밀어내느라 안간힘 쓰는 것을보지 못한다세상한테 이기지 못하고너는 섬을 가고 싶겠지한 며칠, 하면서짐을 꾸려 떠나고 싶겠지혼자서 훌쩍, 하면서섬에 한번 가봐라, 그 곳에파도소리가 섬을 지우려고 밤새 파랗게 달려드는민박집 형광등 불빛 아래혼자 한번섬이 되어 앉아 있어봐라삶이란 게 뭔가삶이란 게 뭔가너는 밤새도록 뜬눈 밝혀야 하라안도현 시집 '그리운 여우' 中에서- 시 소개해주는 남자: 정봉식(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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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1999.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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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물살떠도는 이를 위하여 3큰비 그친 뒤개울가에 귀를 적실듯 귀를 적실듯흘러가는 물살을 본다친구여,넌출지는 햇살을 온몸에 받으며흔들려선 마침내 드러누워버리는물풀의 기나긴 몸짓을 본다이른봄에 환하게 피어나서는웃음 반 울음 반으로 반짝이다가흔적없이 지고 마는 풀꽃,친구여, 세상이란우리가 풀꽃으로 한철을 누리다간훌훌 떠밀려가는 언덕이거니.먹빛 아픔을 벗고짐 지기 차마 어려운 사랑마저 벗어버리고허공에 살을 섞는 다비(茶毘)의 고운 연기그 끝을 따르고 따르는 시선에황홀한 물살이 어린다친구여.쪹다비(茶毘) : 불에 태운다는 뜻으로 ‘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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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1999.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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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법떠나고 싶은 자떠나게 하고잠들고 싶은 자잠들게 하고그리고도 남은 시간은침묵할 것.또는 꽃에 대하여또는 하늘에 대하여또는 무덤에 대하여서둘지 말 것침묵할 것.그대 살 속의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흐르지 않는 강물과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결코 잠 깨지 않는 별을쉽게 꿈꾸지 말고쉽게 흐르지 말고쉽게 꽃피지 말고그러므로실눈으로 볼 것떠나고 싶은 자홀로 떠나는 모습을잠들고 싶은 자홀로 잠드는 모습을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그대 등 뒤에 있다- 시 소개해주는 남자: 정봉식(호서고 교사, 본지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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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1999.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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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랑에 대해 쓴다아름다운 시를 보면그걸 닮은 삶 하나 낳고 싶었다노을을 바라보며노을빛 열매를 낳는 능금나무처럼한 여자의 미소가 나를 스쳤을 때난 그녀를 닮은 사랑을 낳고 싶었다점화된 성냥불빛 같았던 시간들, 뒤돌아보면그 사랑을 손으로 빚고 싶다는 욕망이얼마나 많은 열정의 몸짓들을 낳았던 걸까그녀를 기다리던 교정의 꽃들과꽃의 떨림과 떨림의 기차와그 기차의 희망,내가 앉았던 벤치의 햇살과그 햇살의 짧은 키스밤이면 그리움으로 날아가던내 혀 속의 푸른 새그리고 죽음조차도 놀랍지 않았던 나날들그 사랑을 빚고 싶은 욕망이 나를 떠나자,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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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1999.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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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나라의 꽃설사에 시달렸다.아침밥을 굶었다.아파트 정문에서 브레이크를 밟고다른 차들 몇몇에 길을 양보한다.오랜만에 좀 들어가는 길로 들어선 골목길어제 내린 비에 가슴 온통 얼룩 번진시멘트 담장들 위에 처음 보는 얼굴들.이 집은 보기 힘든 능금꽃,이 집은 산에서 갓 이사온 산사나무꽃,그 다음 다음 집은 신록 속의 백작약 봉오리,그 다음은 노란 새 하나 들어 있던 새장,오늘은 비었구나, 아 문이 열려 있다!자연(自然)도 한번쯤은 침 꿀꺽 삼킬저 시멘트 담장 위의 속옷 연 햇빛.뒤차가 몇번 경적을 울린다.나는 위험 신호등을 깜빡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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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1999.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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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덩이웅덩이를 지나다그만 바지를 적시고 말았다발을 헛딛는 순간갇힌 물에서 날갯소리 들려 왔다내리는 비에웅덩이는 깊어져 가고푸석거리는 몸이 견디기 어려웠던 나는눅눅함도 축복인 양 같이 다녔다해가 나자비를 버금은 잎들 반짝거렸다 그 속으로바지의 얼굴을 끌고 가면서마를수록 선명해지는 상처 하나 끌고 가면서다시 푸석거리는 소리구석에 앉아 마른 얼룩을 부비면흙먼지였던 당신그제야 내게서 날아 올랐다기억은 웅덩이처럼 작아져 갔다나희덕 시집 '그곳이 멀지 않다' 중에서- 시 소개해주는 남자: 정봉식(호서고 교, 본지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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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1999.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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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아도 열리고닫아도 열린다목수가 날림공사를 했나처음엔 꼭 맞던 문이 굳으면서 기울었나그만 그냥 두어라기울어졌으니 밖을 보지 않느냐바로 세우자니 통조림처럼 숨막히고기운 채 두자니 세상과의 불화가끝이 없구나그냥 두어라기울어진 사람 하나기울이지 않고 어떻게 비우나백무산 시집 '길은 광야의 것이다' 중에서- 시 소개해주는 남자: 정봉식(호서고 교사, 본지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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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1999.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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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나는 흐린 주점에앉아 있을 거다초경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줄 수도 없고생이 끔찍해졌다딸의 일기를 이젠 훔쳐볼 수도 없게 되었다눈빛만 형형한 아프리카 기민들 사진“사랑을 빵을 나눕시다”라는 포스터 밑에 전가족의 성금란을표시해 놓은 아이의 방을 나와 나는바깥을 거닌다. 바깥누군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그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버리고 싶은 생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글쎄,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정봉식이 추천하는 시
당진시대
1999.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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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음성고 정 희새벽 달빛에 덮인아득한 꿈 하나 일으켜 세우고어두운 강줄기 흐르는 곳에삼십년 지기인 바람의 끈을 풀어평화주의자처럼,갈잎 돛단배를 띄웠습니다우주가 주저앉는 저 물굽이먼 곳에 가라앉는 그대 음성,그대 음성 속에는 늘물망초 꽃벌판 희게 흔들리고그대 음성 속에는 늘미루나무 숲이 울고 음악이 부서지고그대 음성 속에는 늘폭풍우치던 밤의 어머니 달려와갈잎 돛단배 위에 실은 내 생애어여 가, 어여 가손 흔들어 줍니다- 시 소개해주는 남자: 정봉식(호서고 교사, 본지 편집위원장)
정봉식이 추천하는 시
당진시대
1999.03.2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