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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2.09.16 21:37
  • 호수 1422

[기고] 김나현 학생 (13·카자흐스탄 거주)
당산초에서 보낸 여름방학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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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김나현 학생은 당진 출신인 어머니 오정아 씨와 러시아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아버지 김태영 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9년간 모스크바에서 생활하다 현재는 카자흐스탄의 경제수도 역할을 하는 알마티에 살고 있다. 지난 6월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에 온 김나현 학생은 두 달 가량 당산초등학교를 다니며 한국 학교를 경험했다. (본지 제1415호 기사 ‘당진에서 보낸 나현이의 여름방학’ 기사 참조)

습하고 무척이나 더웠지만, 꿈같았던 3개월의 방학이 지나고 나는 어느새 쌀쌀해지고 나뭇잎들이 붉게 물들어가는 산뜻한 가을 아침을 느끼며 학교로 향했다. 매년 9월에는 모든 게 새롭고 낯설지만, 교실과 담임선생님이 작년과 같으니 익숙한 면도 있다. 다른 친구들보다 빨리 등교한 나는 우리 교실에서 미묘하게 바뀐 것을 찾다가, 우리 반 친구들이 여름방학 때 찍은 사진이 걸려있는 벽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에 잠겼다. 당산초등학교에서 보낸 나의 여름방학이 떠올랐다. 

처음 소셜 네트워크로 한국 학교를 접했을 때 정말 신기했다. 지금껏 모스크바와 알마티에서 현지 학교만 다니던 나에게 한국 학교는 다른 세계인 것만 같았다. 어릴 때는 내 국적은 한국인데, 왜 다른 나라에 살면서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대화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었다. 처음  모스크바 현지 학교에 다니게 되었을 때 엄마에게 나는 왜 다른 애들과 다르냐고 물어본 적도 있었다. 

나는 한국 학교에 다녀보고 싶었다. 드라마, 웹툰, 소설 등 이런 것으로 보고 읽는 것보다 직접 한국 학교를 경험하면서 나랑 같은 국적으로 같은 언어를 쓰는 친구들과 소통하며 거리낌 없이 웃으며 놀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원한다고 될까? 정말 내가 한국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자신감이 없던 나는 작은 소망을 그저 마음에 담아두었다. 

그리고 올해, 나는 당진의 당산초등학교에 ‘청강생’이라는 이름으로 3개월 동안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잠깐이지만 한국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소식에 정말 기대되고 한국 학교에 갈 날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내가 당산초등학교에 첫 등교한 6월 8일 나는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6학년 1반 교실 앞에 섰다. 학교 구조가 카자흐스탄 현지 학교와 너무 달라 놀랐다. 나를 보던 시선과 칭찬이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당산초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첫인상은 친절하고 따뜻했다. 

교실에서 자기소개를 하고, 내게 다가와 궁금한 거를 물어보는 친구들의 질문에 나는 최대한 성실하게 답하려고 노력했다. 아마 그중에서 러시아어나 카자흐어를 해달라는 요청이 가장 많았다. 사실 이 요청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해달라는 말을 정해주지 않고 아무거나 말해달라고 할 때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당산초등학교에 등교하게 된 지 3일 정도 지나니 좀 안정된 분위기로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담임선생님이 진행하는 수업들이 정말 재미있었다. 내가 알던 것도 있었고, 몰랐던 것도 많았다. 새로 알게 된 지식들은 카자흐스탄에서 유용하게 쓸 예정이다.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영국식 영어를 배우지만, 당산초등학교에서는 미국식 영어를 배우니 새로웠다. 내가 온 지 일주일이 지날 때쯤, 서울 롯데월드로 체험학습을 가게 되었다. 처음 가보는 롯데월드의 첫인상은 사람이 엄청 많다는 점이다. 나중에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때는 사람이 적은 편이었다고 한다. 친구들과 놀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마지막에는 다 같이 아쿠아리움에 갔다. 그때 산 키링은 지금 내 책가방에 걸려있어서 볼 때마다 즐거웠던 그 날을 생각나게 한다.

롯데월드 이외에도 나는 많은 것을 체험했다. ‘책가방 없는 날’에는 1학년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했고, 진로체험을 하기도 했다. 물놀이 안전 캠페인도 기억에 남는다. 친구들과 웃으며 구호를 외칠 때 정말 즐거웠다. 

나는 잠깐의 청강생이었지만 운 좋게도 졸업앨범 촬영에 함께했다. 졸업앨범 속 단체사진에 내가 있는 걸로 친구들이 나를 소중하고 좋은 추억으로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나의 핸드폰 사진 앨범에서 당산초등학교의 추억을 간직하는 만큼, 친구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게 학교에 다니며, 수업을 듣고, 즐겁게 떠들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날이 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하루하루 속에서 나는 늘 웃고 있었다. 마지막 날에 집에 가려는데, 몇몇 친구들은 아쉬운 마음에 울기도 했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테니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락할 수단은 많고, 나는 그저 다른 나라에 있을 뿐이니까. 

내게 선물을 챙겨주던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지금도 매우 감사하고 있다. 주신 선물과 편지들은 현재 내 방에 있다. 방에 들어와 선물들을 모아둔 가방이나 상자를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만큼 당산초등학교에서의 시간이 좋았다는 뜻이지 않을까? 당진에 있을 친구들에게도 나라는 존재가 좋은 추억으로 남겨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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