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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농기구 미니어처 만드는 손낙서 옹(고대면 진관2리)
​지게 할아버지, 마을교사 되다

기사승인 [1416호] 2022.07.29  21: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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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 때문에 시작한 농기구 미니어처 제작
미수(米壽)의 나이에 나무 깎아 섬세한 작품 활동
고대마을교육자치회 마을교사로 활동 예정

 

‘지게 할아버지’ 손낙서(88) 옹이 마을교사가 됐다. 육순에 시작한 나무 전통공예가 구순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게, 맷돌, 절구, 쟁기 등 잊혀져가는 옛 농기구는 손 옹의 손에서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한때는 지게에 작품 한가득 담아 지고 다니며 팔러 다니곤 해 ‘지게 할아버지’라고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다. 지게 할아버지가 이제 ‘지게 선생님’이 됐다. 그리고 곧 마을에서 아이들을 만날 예정이다.

꼬박 하루 걸려 만드는 지게

손 옹은 옛날에 쓰던 농촌의 물건을 작게 만드는 농기구 미니어처를 제작하고 있다. 부러진 나무가지를 직접 가져다 깎고 다듬고 구멍을 내어 끼우고 맞춘다. 꼬박 하루 걸려 만든 지게부터 이틀은 집중해야 완성할 수 있는 물레까지 여전히 왕성한 작업을 통해 작품을 만든다. 그가 처음 공예를 시작한 것은 건강 때문이었다.

예순셋 무렵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갓 태어난 손주를 돌보는 것도 힘에 부쳤다. 그 길로 하루 두 갑씩 피우던 담배도 끊었다. 일은 고사하고 마실 다니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건강 때문에 시작한 공예

가족의 돌봄으로 건강을 회복하면서 시작한 일이 나무를 구해 오는 것이었다. 산에서 나무를 가져와 어렸을 때 봤던 것들, 직접 써 온 것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 만든 것이 지게였다. 우리가 아는 지게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지게를 만들었다.

지게를 다 만들고 뿌듯함을 느낀 손 옹은 그 길로 계속 나무공예를 이어갔다. 물레, 절구, 쟁기 등 다양한 농기구를 만들었고 그의 집 한 편에 마련된 작업장에 전시했다.

“이것들이 날 살렸지”

옛날에는 직접 지게를 지고 다니며 시내를 오가기도 했다. 한 아름 작품을 이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판매도 했단다. 이제는 노쇠해 지게를 지고 다니진 못한단다. 그래도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석문면에 있는 도비도에 간다. 물고기 몇 마리 낚아 집에 돌아오고 난 뒤 한 숨 돌리면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하루 서너 시간 그렇게 작품에 몰두한 것이 근 30년이 됐다. 그는 “건강이 안 좋아 시작했는데 작품을 만들면서 건강이 좋아졌다”며 “이것들이 날 살린 셈”이라고 말했다.

88살의 할아버지 선생님

아흔을 바라보는 미수(米壽)의 나이로 손낙서 옹은 선생님이 됐다. 아이들이 마을 안에서 자랄 수 있도록 마을 주민들이 교사가 되는 마을교육이 고대면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손 옹은 지난달 20일 출범한 고대교육마을자치회에서 마을교사로 참여하게 됐다. 이제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지게나 물레, 맷돌을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또 함께 만드는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건강 허락할 때까지 농기구작품 만들고 싶어”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다니는 손 옹이 어느 날 고대마을자치배움터를 찾았다. 센터 앞 테라스를 꾸미던 고대마을교육자치회 회원들에게 손수 만든 작은 소쿠리를 선물했다. 이후 한 회원이 손 옹도 함께 마을교사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에 회원들이 공감하며 마을교사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고대마을교육자치회 출범식에 손 옹의 작품이 전시됐으며, 손 옹이 만든 나무팽이는 아이들의 장난감이 됐다. 전종훈 마을자치배움터 센터장은 “손낙서 옹은 우리 동네의 보물”이라며 “아이들에게 전통을 알려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 맹글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혀. 그래도 이것 때문에 건강을 되찾았지. 아직도 눈이 좋아 안경 안 쓰고도 작품 맹글거든. 아이들이 내 작품 보고, 가지고 노는 거 보면 좋지.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해서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한수미 d911112@naver.com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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