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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2.07.03 04:07
  • 호수 1412

[기고] 송전탑 건설로 인해 위기에 처한 철새도래지, 삽교호와 주변 농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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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기 전북대 무형유산정보연구소 전임연구원

지난 4월 20일과 5월 2일, 당진시 우강면 삽교호 내 소들섬과 주변 농경지를 방문해 조류 조사를 실시했다. 한국전력공사 측이 농경지 일부 구간과 삽교호 내 소들섬을 가로질러 송전탑을 건설하기 위해 곧 공사를 할 예정인데 이로 인해 이곳에 서식하는 조류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당초에 당진시는 한전이 환경영향평가법상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진입로 및 적치장 개발행위 허가를 받은 것에 대해 ‘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2022년 3월 30일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한전은 대전지방법원에 본안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고, 4월 15일 집행정지를 받아들여 공사가 재개됐다. 그러나 당진시가 즉시 항고를 제기한 상태였다. 당진시 측의 법률 소송대리인을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로부터 급박한 요청을 받아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4월 20일, 1차 조류 조사에서는 민물가마우지, 붉은부리갈매기, 쇠기러기 등 6종에 총 116마리가 관찰되었다. 겨울철새들이 대부분 번식지를 향해 북상하고 쇠기러기, 붉은부리갈매기 등 일부 개체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번식을 하는 여름철새들도 관찰되었다. 하지만 법적보호종은 관찰되지 않았다. 

법적보호종인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가 관찰돼

5월 2일, 2차 조류 조사에서는 23종, 총 851마리가 관찰되었다. 1차 조사에 비해 조류의 종수와 개체수가 증가한 것이다. 종과 개체수가 증가한 겨울철새는 남쪽에서 월동을 마치고 번식지인 북쪽으로 이동하다가 이곳에 잠시 머무르고 있는 것이며, 여름철새 일부는 이곳에 남아서 번식을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법적보호종인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등 2종이 각각 4마리씩 관찰되었다. 저어새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종,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제205-1호이고, 노랑부리저어새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종,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제205-2호이다.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는 이곳에서 번식을 하지 않지만, 번식지로 이동 중에 이곳을 아주 중요한 먹이터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2차 조사에서는 봄과 가을철 이동 중에 잠시 기착하는 도요물떼새가 관찰되었다. 도요물떼새 중에 검은가슴물떼새 23마리가 논갈이를 한 논에서 먹이를 잡아먹고 있었고, 흑꼬리도요와 청다리도요, 알락도요는 써레질을 한 논에서 먹이를 잡아먹고 있었다. 이 도요물새들에게는 이곳의 논이 이동경로상에 아주 중요한 중간기착지임이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4월 20일과 5월 2일에 실시한 조류조사는 여러 가지 제한적인 조건하에서 일부 지역만으로 조사 범위로 한정해 실시했다. 만약 환경영향평가서의 조사 지역로 확대해 조사를 했다면 더 많은 종과 개체수가 관찰되었을 것이다.

엉터리로 시행한 환경영향평가

그런데 한국전력공사 대전충남개발처가 2012년 9월에 발간한 ‘345kV 북당진~신탕정(2구간) 송전선로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확인해 보니,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는 이 환경영향평가서의 조류 조사 시기가 2007년 2008년, 2011년에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10년이 지난 현재 상황과 비교해 현재 조류들의 서식 상황이 바뀌었을 수 있다. 10년 전의 조사 결과를 가지고서 현 상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2016년 1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환경부가 진행한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 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삽교호는 멸종위기1급으로 지정된 흰꼬리수리를 비롯하여 멸종위기2급으로 지정된 개리, 큰기러기, 흰이마기러기, 큰고니, 고니, 독수리, 잿빛개구리매, 새매, 참매, 흑두루미 등 총 11종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지역이다. 이중에 흰꼬리수리, 개리, 큰고니, 고니, 독수리, 잿빛개구리매, 새매, 참매, 흑두루미 등 9종은 천연기념물이기도 하다. 특히 흰꼬리수리와 큰기러기의 경우 해마다 서식이 확인되고 있으며 큰기러기는 최대 3119마리, 큰고니는 최대 523마리가 관찰되었다. 

그런데 이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단지 큰기러기 250마리와 큰고니 12마리만이 기록되어 있다. 김상섭 한국조류보호협회 아산지회장에 따르면 지난 겨울철에는 흰꼬리수리 4마리와 황새 3마리를 직접 관찰하기도 했다고 한다. 따라서 환경영향평가법에 나와 있듯이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2015년)후 5년 이내에 착공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롭게 조류 서식상황을 조사하고 분석해야 함이 마땅하다. 

둘째, 이 환경영향평가서의 조사 시점이 11월부터 3월까지만 진행해 겨울철 조사만 실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헌조사로서 환경부의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 자료(2007년~2010년)’를 분석했는데 이 또한 1월 중·하순에 단지 한 차례 실시한 조사 결과이다. 따라서 이 조사결과들은 삽교호에서 월동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겨울철새만을 조사한 결과인 것이다. 겨울철새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지역에서 둥지를 만들어 번식을 하는 여름철새뿐만 아니라 봄과 가을철에 이곳에 잠시 들렀다가 가는 도요물떼새를 관찰하지 않았다. 

지난 5월 2일 조류 조사를 한 결과, 법적보호종인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가 각각 4마리씩 관찰되었다. 그리고 검은가슴물떼새 23마리, 장다리물떼새 6마리, 흑꼬리도요 386마리, 청다리도요 21마리, 알락도요 28마리, 깝작도요 2마리 등 도요물떼새가 총 6종에 466마리가 관찰되었다. 김상섭 한국조류보호협회 아산지회장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철 조류 조사에서 저어새 50마리가 소들섬과 주변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셋째, 이 환경영향평가서에서 가창오리 무리의 ‘채식지로 이동하는 방향’이 잘못 제시되었다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가창오리의 일몰 후 채식지로의 이동은 주로 서산방향(서쪽), 평택방향(북쪽) 그리고 아산방향(동쪽)으로 이동하는 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삽교호 인근의 남서쪽과 남쪽, 남동쪽에도 농경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특히 삽교호의 남서쪽과 남쪽, 남동쪽에는 높은 건물과 송전탑 등 인공구조물이 거의 없다. 따라서 이곳 농경지에서도 가창오리들이 먹이를 먹을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가창오리의 주 먹이는 논에 떨어져 있는 벼 이삭, 즉 낙곡이다. 그런데도 이곳으로의 이동경로가 빠져 있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현지에서 농사를 짓는 한 농민에게 확인해 보니 “겨울철에 수많은 오리와 기러기들이 삽교호 수면에 머물렀다가 바로 옆 농경지로 날아와서 먹이를 먹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고 말했다.

삽교호는 대략 45만 마리의 가창오리들이 우리나라(해남과 영암의 영암호, 영산호, 금강호, 고창의 동림저수지 등)에서 월동을 하고 나서 번식지인 중국 동북부로 이동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머무르는 곳으로서 아주 중요한 월동지이다. 그런데도 가창오리 무리가 삽교호 남쪽에서 북상해 삽교호로 올라오는 이동경로가 환경영향평가서에 표시되지 않았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더욱이 당진시가 올해 1월에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많은 생물들이 서식하는 것을 근거로 해서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삽교호내 소들섬을 포함한 담수호와 주변 농경지 등 약 274.8ha를 ‘야생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는 상태다.
  
환경부와 금강유역환경청의 직무유기

위의 내용을 토대로 하승수 변호사와 ‘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상임대표 김영란)’를 통해 대전고등법원과 금강유역환경청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다행히 대전고등법원이 지난 5월 16일 즉시 항고를 받아들여 집행정지 결정을 취소하고, 한전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한전은 여기에 대해 불복했다. 

지난 5월 13일에는 금강유역환경청장이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조류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멸종위기종을 관리하고 ‘야생동물보호구역’ 지정 때 협의를 해 준 환경부와 금강유역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작성하도록 한전에 요구하지 않고 있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송전선로를 지하화하고 해저케이블로 

만약 계획대로 송전탑과 송전선로(대략 3.3km)를 건설한다면 삽교호와 주변 농경지를 왕래하는 수많은 조류들과 인근 주민들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지금이라도 한전 측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것은 물론, 송전탑과 송전선로를 기존 계획대로 건설할 것이 아니라 농경지 구간에서는 송전케이블을 지하로 설치하고, 삽교호내 구간에서는 해저케이블식처럼 저수지 바닥으로 설치하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같은 송전선로상의 신평면내 5.9킬로미터 구간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하에 매설했다.

더 나아가서 송전탑과 송전선로를 무분별하게 건설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과 소비하는 지역이 가깝도록 하는 에너지 민주화 정책을 실현해야 하며, 먼저 소규모 분산형의 태양광발전 방식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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