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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물
  • 입력 2022.07.06 17:58
  • 호수 1412

피보다 더 진한 사랑으로 맺어진
유동현·전명옥 씨 가족 (석문면 삼봉리)
나이 50에 가슴으로 낳은 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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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 낳아 키우다 운명처럼 다가온 ‘입양’
가정위탁보호제도 통해 돌쟁이 아이 함께 키워
“다양한 형태의 가정 존재…이상한 것 아냐”

석문면 삼봉리에 거주하는 전명옥(47)·유동현(52) 씨 부부에게는 20대 초반의 든든한 아들 영호와 민호가 있다. 그리고 네 살배기 딸 하음이와 이제 막 돌이 지난 현우(가명)까지 총 4명의 자녀가 한지붕 아래 살고 있다. 영호와 민호는 부부가 낳은 자식이지만 하음이와 현우는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다. 내 배로 낳은 아이, 가슴으로 낳은 아이 구별 없이 네 명의 자녀 모두 부부에게 소중하고 귀한 존재다. 

 

광고 통해 입양 결심

지난 2019년 봄, 전명옥 씨는 우연히 배우 신애라 씨가 하는 광고를 듣고 ‘입양’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광고를 접하기 전에는 입양에 대해 관심도, 생각도 없었지만 이상하게 그 광고를 듣고는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만 자식이 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낳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입양을 결심하게 됐다.

전명옥 씨는 “입양은 아이가 없는 부부, 선한 부자들이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며 “광고를 접한 이후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입양만을 떠올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남편에게 입양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했는데 장로인 남편이 ‘입양은 선교’라며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렇게 속전속결로 입양센터에 연락을 했다.

온 가족이 입양을 동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두 아들에게 동생을 입양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두 아들의 반응도 ‘YES’였다. 하지만 가족 동의만으로 입양을 할 수는 없었다. 입양 과정은 생각보다 까다롭고 번거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그 많은 서류를 단숨에 만들어 제출하는 등 입양 절차를 밟아나갔다. 

하나님의 마음 ‘하음이’

그 해 11월 경 입양이 가능한 아기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기 소식에 가슴이 두근거렸다는 전명옥 씨는 “12월 아이를 처음 만나는 날을 출산을 준비하는 산모처럼 기다렸다”고 말했다. 12월 18일 아이와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그는 “아기를 만나는 순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며 “하나님이 주신 아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건강하기만을 바랐다”고 덧붙였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12월 24일, 아기는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이들에게 찾아왔다. 전명옥 씨는 아기가 마치 우리집에 온 아기예수 같았다고 표현했다. 그렇게 입양을 전제로 위탁이 이뤄졌다. 다음 해 6월이 되어서야 법원의 판결로 아기는 정식으로 전명옥·유동현 부부의 셋째 자녀가 됐다. 아기의 이름은 ‘하음’이라고 지었다. ‘하나님의 마음’이라는 의미다. 

“하음이를 기다리며 50세를 앞둔 남편과 아기띠를 착용하면서 한참을 웃었어요. 거의 20년 만에 키우는 아기라 참 어색했죠. 요즘 우리집은 장난감으로 정신없고 엄청 북적거려요. 이런 소란이 우리가족의 행복이에요.”

가정위탁보호제도 통해 만난 '현우'

지난해 10월 전명옥·유동현 씨 가족에게 또 한 명의 가족이 생겼다. 이제 막 돌이 지난 현우(가명)다. 하음이와 달리 현우는 가정위탁보호제도를 통해 2024년 10월까지 전 씨 부부가 돌본다. 가정위탁보호제도는 개인 사정으로 인해 돌봐줄 가족이 없는 아이들을 다른 가정에 위탁하는 제도다.

현우는 친부모가 있지만 사정상 돌보지 못해 전 씨 부부가 돌봄을 맡고 있다. 전명옥 씨는 “입양 교육을 받으면서 가정위탁제도에 대해 알게 됐다”며 “현우가 우리가족의 품에서 잘 자라 원가정으로 돌아간다면 그보다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전 현우가 첫돌을 맞아 돌잔치를 했는데 그동안의 성장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고 울컥했다”며 “현우가 밝고 건강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가족의 종류는 다양해”

전명옥·유동현 씨 부부는 언젠가 하음이가 친부모를 찾고 싶다고 하면 함께 찾아줄 생각이다. 전명옥 씨는 “하음이가 (입양아라는 편견 때문에) 아프지 않게 자랐으면 한다”며 “잘 견뎌내길 바라고 나 역시 더욱 지혜로워져서 아이에게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현명하게 해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덧붙여 “하음이에게 자랑스럽고 믿음직한 부모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전명옥 씨는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조부모가정, 입양가정, 위탁가정 모두 가족의 한 종류일 뿐 결코 이상하거나 창피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하음이를 입양한 후 5월 가정의 달이 되면 아이들에게 가족의 다양성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입양에 대해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아 하는데 어른들만 ‘불쌍하다, 가엾다’고 인식한다”면서 “가족의 이름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당진에도 위탁가정, 입양가정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모든 아이들은 행복한 가정에서 자랄 권리가 있어요.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입양가정, 위탁가정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입양을 통해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에서 자라나길 바라요. 아이들이 아이답게 살 수 있도록 용기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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