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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살 맛 나는구나 싶었죠”
5년만에 등산한 강세건 씨(채운동)

기사승인 [1405호] 2022.05.13  22: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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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러운 뇌병변으로 오른쪽 편마비
평생 그려 온 그림…“개인전 개최가 꿈”
당진시장애인복지관 ‘달팽이산악회’ 첫 참여

강세건(65·채운동) 씨가 당진시장애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달팽이산악회’의 신입회원이 됐다.

지난 2007년 뇌병변으로 장애를 얻은 지 15년 만에 산에 올랐다. 누구보다도 건강했지만 뇌병변 하나로 인생이 달라졌다. 당시 아무 일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우울함이 찾아왔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강세건 씨는 그림에 이어 등산까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장애인들이 함께하는 ‘달팽이산악회’

당진시장애인복지관(관장 정춘진)의 달팽이산악회는 장애인을 위한 산악회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으로 시작됐다. 장애인에게 등산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야 하는 장애인이 산을 오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리 길이 잘 돼 있더라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길이 조성된 경우도 많지 않다. 그래서 결성한 것이 달팽이산악회다. 코로나19로 한동안 등산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가운데, 지난달 22일 서산시 운산면의 신창제에서 오랜만에 산행이 진행됐다. 

신창제 청벚꽃길 다녀와

“코로나19로 복지관도 잘 못 가고 외출도 어려워지면서 몸과 마음이 불안해졌어요. 그러다 보니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고요. 그때 당진시장애인복지관에서 연락이 왔어요. 산행을 간다는 메시지를 보고 무척 설죠.”

이날 강세건 씨를 비롯해 달팽이산악회(회장 윤혜경)는 장애인 전용버스를 타고 신창제로 향했다. 산행에는 당진시장애인복지관 직원들과 당진시라이온스클럽, 장애인후원회 회원들이 봉사자로 참여했다. 

강 씨는 “등산가기 전날 새벽까지 많은 비가 와서 걱정이 많았다”며 “비온 뒤 맑게 갠 하늘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산을 오르면서 정춘진 관장이 틈틈이 좋은 곳에서 사진도 찍어주고 황정민 팀장과 사회복지사들이 준비한 코스를 휠체어로 가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재밌었다”며 “이런 날이 있다니, 살맛이 나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교수로도 활동했던 젊은 날

한편 강세건 씨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한때는 누구보다 바삐 살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디자인이 전문 분야였다. 한국캐릭터협회 초대이사를 비롯해 명지대 사회교육원 교수로도 활동했으며, 홍익대 전국애니메이션실기대회 심사위원 및 서울산업진흥재단 자문위원, 2004 서울캐릭터페어 기획위원 등을 맡는 등 열심히 살았다.

그의 손 끝에서 나온 캐릭터만 해도 책 한 권에 달한다. 한국철도와 한국토지공사,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국가전문행정연수원, 현대다이냇프로농구단, 강릉시 캐릭터 등을 직접 만들었다. 

49살 찾아온 장애

49살이 되던 해, 그에게 장애는 한순간에 찾아왔다. 가정적인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갑작스럽게 뇌병변이 찾아온 것이다. 뇌병변이란 뇌의 기질적 손상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발생하는 중추신경 장애다. 갑자기 쓰러진 강 씨는 1년 동안 의식이 없었다. 거동은 물론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동생의 권유로, 동생이 살고 있던 당진을 찾게 됐다. 현재 강 씨의 몸은 오른쪽이 마비돼 말하는 것이나 움직임이 편치 않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할 일들을 찾아나가고 있다. 

“개인전 열고 싶어요”

붓을 다시 쥔 그는 전처럼 세심한 작업은 하지 못해 주로 자연물을 유화로 그려낸다. 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리며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아름다운 동행전에 작가로 참여하고 있으며, 충남서해미술대전에 <이끼>라는 작품을 출품키도 했다. 이외에도 충남현대미술제와 충남문화예술제 등에 참여했다. 그는 “미술은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은 일”이라며 “언젠가는 개인전도 열고 싶다”고 전했다. 

한수미 d911112@naver.com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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