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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6 20:51
  • 호수 1382

“느려도 괜찮아. 잘 했구나 잘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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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달팽이문학회 작품 전시회

▲ 달팽이문학회 회원들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가슴 깊이 묻어 뒀던 상처를 시로 쓰며 치유했다. 장애를 모난 시선으로 바라보며 던졌던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김완종 당진달팽이문회장에겐 ‘짱돌’이 됐단다. 하지만 모진 말보다 그 말에 담긴 사람의 마음이 김완종 회장에게 더 큰 아픔을 줬다. 시 <짱돌>을 쓰며 비수로 꽂혔던 아픔이 조금씩 치유됐다. 

달팽이문학회(회장 김완종)가 제3회 작품 전시회를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당진시장애인복지관(관장 정춘진) 3층에서 진행했다. 이날 회원 11명이 3편씩 쓴 작품이 전시됐다. 

신입회원인 박혜종 씨는 시 <늦은 걸음>을 출품했다. 

“걸어도 걸어도 내 걸음은 늦어 / 뒤에 오던 사람 벌써 내 앞을 지나 / 저 멀리 사라져가네 / 이제 보이지도 않네…늦은 걸음도 괜찮구나 / 잘 했구나 잘 했어 / 늦은 걸음 멈추지 않고 살아온 오늘 / 사랑한다 사랑해”

박혜종 씨는 장애로 거동이 불편하다. 평소에 지팡이를 짚고 다녀 비장애인보다 걸음이 느리다. 오랫동안 걸음에 어려움을 겪었을 박 씨는 마지막 구절에 담긴 ‘잘 했구나 잘 했어, 사랑한다 사랑해’라는 말로 자신을 위로했다. 

또 다른 신입회원 남규현 씨는 <내 엄니>라는 시를 선보였다.

“껌고 흑색인 못난 나 / 맘속에서 벌거숭이인 내 인생…가끔 고집피고 퉁명스런 나 / 그 한가운데 옆에 선 내 엄니 / 어둡고 칙칙한 나의 마음속에선 / 새롭게 변할 거야 / 엄니! / 날 살려줘서 고마워 / 그리고 사랑해! 오래오래 같이 살 거야 / 엄니”

건장했던 남 씨는 사고로 젊은 나이에 후천적 장애를 얻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시치료 프로그램 강사로 활동하는 김선순 봄봄문학상담연구소장은 “처음 남 씨가 쓴 시에는 욕이 담겼다”며 “장애로 아팠던 마음을 시를 쓰면서 치유하며, 비로소 부모님에게 사랑한다는 마음을 담은 시가 완성됐다”고 말했다. 

한편 달팽이문학회는 지난 3년 전에 출범해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장애인 문학회다. 매년 전시회와 책을 출간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당진종합병원에서 1년 동안 시를 전시할 예정이다. 
김완종 회장은 “회원들과 함께 시를 쓰면서 한 해 한 해 감동이 커지는 걸 느낀다”며 “또한 사회가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는 것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달팽이문학회를 잘 이끌어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달팽이문학회 회원>
김완종, 강종수, 이옥하, 이상훈, 김지혜, 남규현, 박혜종, 김선순, 윤혜경, 황윤서, 양내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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