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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용봉 당진경찰서 신평파출소 순경
‘자녀징계권’ 폐지…체벌 없는 사회를 바라며

기사승인 [1376호] 2021.10.18  17: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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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대행위자의 82.1% 부모…매년 증가 추세
체벌 등 훈육행위 큰 상처 남길 수 있어

   
 

어릴 적 내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체벌을 위해 파리채를 가지고 오라던 엄마의 모습이었다. 파리채 손잡이로 손바닥을 맞으면 얼마나 아프던지 파리채를 가지고 오라는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질 때마다 나는 두려움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그것은 엄마에게 나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부모 등 친권자의 체벌이 더이상 법의 테두리 내에서 보호받지 못한다. 자녀를 대상으로 한 징계권을 보장한 민법 제915조가 올해 초, 폐지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훈육과 체벌에 대한 그릇된 인식 개선을 위해 시민단체와 정부 등이 나서서 칼을 뽑아든 것이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아동학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아동학대 신고와 학대 판단 건수는 각각 4만2251건, 3만905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학대행위자의 82.1%는 부모였다.

이는 아동 복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그만큼 커지고 있음과 동시에 가정 내 아동학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아이를 위한다는 체벌 등의 훈육행위가 자칫 성장기 아동에게 마음의 상처 등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학대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연구에 따르면 체벌 등의 학대는 ‘상대가 잘못하면 때릴 수 있다’는 폭력성을 대물림하고 인지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수치심을 유발하여 존엄성까지 떨어뜨린다고도 한다. 일례로 ‘어떤 사람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고 한다’는 긴급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적이 있다. 목격자들의 협조로 해당 세대를 찾아 집 안으로 들어갔더니 앳된 얼굴의 청년이 눈물을 흘리며 창문 앞에 앉아있었다. 

청년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에게 훈육이라는 미명 하에 모멸적인 언사가 섞인 정서적인 학대와 체벌을 받아왔다고 한다. 당일도 취업 문제로 아버지와 언쟁 중 맞았고 자괴감이 밀려와 더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때마침 베란다에 나와 있던 이웃 주민의 설득에 끔찍한 사고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그릇된 훈육 방식이 자녀에게 어떻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한다. 

체벌이라는 수단은 단시간 내에 자녀를 훈육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회복할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분명하다. 이번 민법 개정은 지난 시간 동안 당연함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었던 체벌이라는 훈육 방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는 데 영향을 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어디서든 전해져 내려오는 격언이다. 급한 마음을 버리고 훈육 방식을 함께 공들여 고민하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이번 기회에 느긋하게 돌아가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당진시대 webmaster@djtimes.co.kr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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