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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지킴이의 눈물
-소들섬을 바라보며-

기사승인 [1370호] 2021.08.29  19: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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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식 한국농촌지도자연합회 전 평택시회장 / 우강면 송산리 거주
“충남의 젖줄 삽교천…당진의 보물 소들섬”
“한전, 송전선로 지중화 요구 수용하라”

   
 

 


나는 10여 년 전, 내 고향 평택에서 차로 40분 거리인 당진 솔뫼성지 부근으로 이사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오래전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인 솔뫼성지로 여러 차례 성지순례를 오게 되었고 인근 삽교호 소들섬 주변을 둘러보는 기회를 통해 철새들의 낙원과 풍요롭게 보이는 넓은 들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농업인들의 생활을 보고, 이곳에 살고 싶은 생각으로 우강에 정착했다.

정착 초기에는 타향이라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농업을 천직으로 알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주민들이 따듯하게 대해주어 이제는 이곳이 고향 같이 느껴진다. 

한전에서 북당진-신탕정 간 고압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8년 전 이곳 분들이 소들섬 부근 통과 구간 지중화를 요구하며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투쟁하는 것을 보고, 혹시 지역 이기주의는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아름다운 삽교호와 소들섬을 지키며 살기 좋은 농촌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 주겠다는 순수한 뜻을 확인하게 되었다. 

나는 송산리에 살기 때문에 송전탑 설치로 인한 피해주민은 아니지만 지중화 해야 자연환경 보전지역인 이곳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 그분들과 뜻을 함께 해오고 있다. 소들섬 부근은 오래전 당진시에서 주민들이 농사짓던 하천부지에 생태공원을 조성하였고 삽교호관광지와 연계한 자전거도로와 교량까지 설치하였다.

이곳 삽교호는 새우, 잉어, 붕어가 많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으로 어촌계 주민들의 소득원이기도 하다. 철새 먹이가 풍부한 이곳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이며 겨울이면 농민들이 볏짚을 썰어 철새 먹이를 준비하고 돕고 있는 철새 보호지역이다. 또한 당진시 테마관광지 9선 코스 중 1선과 2선에 선정되어 학생들의 생태학습 공간이며 인근 도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삽교호 중심부에 위치한 소들섬은 삽교호방조제를 축조하기 전 바닷물이 밀물과 썰물 때 모래와 흙이 쌓이면서 자연적으로 생긴 무인도이다. 소들섬에서는 해마다 수십만 마리의 철새가 도래하며 서식하고 있다. 특히 가창오리와 두루미, 고니, 기러기를 비롯해 희귀종 철새까지 확인되었다. 또한 삽교천은 내포를 가로지르는 충남의 젖줄이고, 그 곳에 위치한 소들섬은 당진의 보물이다. 

이렇듯 삽교천과 소들섬의 가치는 무한하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아름다운 이곳에 고압 송전철탑이 설치된다면 철새와 사람들이 찾지 않는 죽음의 땅으로 변할 것이고 이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 건강권, 재산권, 환경권까지 크게 위협받고 그 피해는 실로 막대할 것이다. 
국회의원, 당진시의원, 충남도의원께서도 지중화 설치를 요구하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와 대전국토관리청도 이곳은 환경적 보전 가치가 크다고 인정해 한전에 지중화 검토를 요청하였다. 

한전은 이미 북당진변환소에서 평택고덕산단 변환소까지 서해바다 속 깊은 구간을 지중화하였고 소들섬 부근 신당리 구간까지 지중화 공사를 하였는데, 먼저 지중화 공사를 해야 할 환경보전지역에 고압 송전철탑 공사를 밀어붙이기식으로 강행하는 한전의 행태는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나는 7월 12일 삽교호 소들섬 부근에서 지중화 설치 요구 한전 규탄 집회에 참석하였다. 한전 측은 주민들과 벼를 재배한 논 주인이 지켜보고 있는 중에도 포크레인으로 40여 일 후 수확을 앞둔 조생종 벼를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하려는 듯 짓밟았다. 일찍이 밀양 송전탑 사태에서 보듯 한전의 폭력성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수확을 앞둔 벼를 짓밟는 만행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벼는 사람이 먹어야 하는 쌀이고, 곧 생명이다. 그래서 농민은 벼를 자식 같은 마음으로 애지중지 가꾸며 어린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엄마의 마음으로 농부의 땀을 먹이며 키워오는 것이다. 나는 꿈이 아닌 이 처참한 현실을 바라보며 분노를 억제할 한계를 넘어 생명을 살려보겠다는 마음으로 벼를 짓밟는 만행의 현장으로 뛰어들어 중장비 작업을 중단할 것을 외쳤다. 

이를 보고 두 분의 여성과 대책위원장도 합세하였다. 금방이라도 밀어 버릴 것처럼 부릉거리던 포크레인 시동과 매연으로 70세 나이에 위험을 느끼기도 하였고 폭염 속에 5시간 정도 대치하다 보니 갈증이 심했지만, 참가자들이 전해주는 생수조차 소변을 더이상 참기 힘들어서 마실 수가 없었다.

경찰은 농성을 풀고 나오지 않으면 강제 연행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하였지만 이곳에 반드시 지중화 설치가 이루어지고 벼를 수확할 수 있기를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며 버텼다. 포크레인 기사가 퇴근하면 농성을 풀고 함께 논에서 나오려고 하였는데 결국 수십 명의 경찰 진압대원의 강제 연행 작전으로 당진경찰서로 연행되어 업무집행방해로 조사를 받고 밤 10시경 집에 도착했다. 그날의 충격으로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 

검찰이 부르면 출두 준비를 하고 있는 중에 한전은 그날 집회로 인해 공사방해 손해배상 발생 비용 2400만 원을 중장비 작업을 맨몸으로 막았던 6명에 청구한다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렇게 대책위에 재갈을 물리고 사는 집까지 압류하며 선전포고를 하는 모양새다. 한전은 벼를 짓밟은 행위는 정당하다며 이제는 한밤중 농민들 잠든 시간에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경찰은 생명을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노약자 농민을 강제연행하고, 이 과정에서 여성 농민은 맨살까지 노출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흉악범 잡아가듯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고 과잉진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날 경찰이 먼저 했어야 할 일은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기에 한전 측에 농민을 자극하는 행위를 자제시키는 역할을 했어야 했다.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라고 했듯이 농심은 천심이고 천심과 소통하는 권력만이 태평성대를 구가할 수 있었던 사실을 역사를 통해서 기억하고 있다. 최근 한전의 송전탑 설치를 받아드리고 마을발전기금을 챙기자며 추진하는 이웃 마을 일부 주민도 있다고 하여 대책위를 긴장시키고 있다. 만약 고압 송전탑이 세워지면 지금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주민들로부터 원망과 비난을 어떻게 감당할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발전기금은 시간이 지나면 소모되지만 한 번 세워진 철탑은 영원할 것이다. 

이제 대책위도 지금까지 추진해온 방식에서 벗어나 한전과 대화를 나누고 반목하고 있는 분들과 만나서 지중화가 왜 필요한지 이해시키고 도움을 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평화롭게 살아오던 농촌마을에 서로 비난과 갈등은 막아야 한다. 

그날 집회 현장 과정을 지역 언론사를 통해 전국에 알려져 당진시민은 물론 많은 농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으며 당진지역시민사회단체, 여성인권단체, 농민단체에서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다. 

이제 한전은 더 이상 선량한 주민에게 마을발전기금과 보상혜택이라고 하는 미명으로 현혹하지 말고 많은 시민들이 염원하는 송전선로 지중화 요구를 수용하기 바라며 국민들로 부터 사랑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아름다운 환경과 지속 가능한 농업을 후손에게 물려줄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고 송전선로 지중화 결정이 확정되면 삽교호 소들공원에서 서로 손잡고 감격스러운 한마당 축제가 열리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당진시대 webmaster@djtimes.co.kr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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