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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주 단속 피하려고 마당에 술 항아리 묻었지”
60년 동안 전통방식으로 술 담그는 김영금 할머니(우강면 대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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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차처럼 진한 갈색 술 ‘짚가리술’
“단속 피해 대문 잠그고 나물 캐러 다녀”
“힘 닿을 때까지 술 만들고 싶어”

 

“옛날에는 양조장이 아닌 집에서 술을 담가 먹었어. 우강면 대포리로 시집을 왔는데, 시어른들이 술을 좋아했기 때문에 술이 떨어지면 안 됐어. 그때부터 술을 담그기 시작했는데 벌써 60년이 넘었네.”

김영금 할머니(85)가 만드는 짚가리술은 보리차처럼 진한 갈색빛을 띠는 술이다. 향이 독특하지만 맛은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지만 알콜 도수가 높다. 짚가리술은 볏짚을 쌓기 전에 찹쌀로 술을 만들어 땅에 묻고 짚가리에 싸서 300일 이상 숙성, 발효시킨 술을 말한다. 짚가리에 묻어뒀기 때문에 짚가리술이라고 불렸다. 

“각 집에서 술 담그던 그 시절”

김영금 할머니는 예산군 삽교읍 출신으로 22세에 결혼했다. 당시에는 양조장이 아닌 집에서 술을 담갔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친정어머니가 술 담그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이후 결혼을 하면서 술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고.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쌀이 부족했기 때문에 양곡관리법을 제정해 집에서 술을 빚지 못하게 규제했다. 세무서에서 밀주 단속 공무원이 나왔고, 누룩을 빼앗아 가면서 벌금 고지서를 발부했다. 당시 밀주 단속에 걸리면 벌금을 호되게 냈다고. 김영금 할머니도 밀주 단속에 걸린 적이 있단다.

“어느 날 볏가마를 짜고 있는데 낯선 사람이 찾아와서 이걸 얼마나 짜냐고 물어보는거야.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지. 그런데 그 사람이 알고 보니 밀주 단속 공무원이었어. 그 당시에는 다들 집에서 술을 만들어 먹었기 때문에 단속반이 뜨면 이웃들끼리 서로 알려주곤 했었어. 단속이 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모두 대문 걸어 잠그고 나물 캐러 나갔어. 그날 마침 이웃집에서 상철네가 단속에 걸렸다며 우리도 조심하라고 말해주는거야. 그때 방에 술이 잔뜩 있었는데 가마틀 이야기하느라 단속에 안 걸렸던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다들 우리 집에 재수가 틔었다고 했어.”

술 마실 때까지 보름 이상 걸려

찹쌀을 시루에 쪄서 명석 위에 고루 펴 식혔다. 너무 뜨거우면 누룩이 발효되지 않았기 때문에 열을 식히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 다음 직접 만든 누룩과 섞어 항아리에 담고 물을 부어 손으로 저으면 끝이다. 옛날에는 발효시키는 첨가제가 없었기 때문에 술이 익는데 보름에서 한 달 정도 걸렸다. 또 만드는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80kg 쌀 한 가마로 술을 만들려면 하루 이상이 걸렸을 정도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하루에 쌀 10~20kg 가량을 술로 만들었다고. 김영금 할머니는 “시할아버지는 온도를 맞출 뿐만 아니라 밀주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 술항아리를 마당에 묻었다”며 “나뭇가지에 쇠를 박아 땅을 치면서 술항아리를 찾곤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월과 11월에만 술 빚어

김영금 할머니는 매년 2월과 11월에만 술을 만든다. 봄과 가을에 술을 빚어야 맛 좋은 술이 탄생한다고. 김영금 할머니는 “1985년 이후에는 마을 행사할 적에 직접 만든 술을 갖고 가곤 했다”며 “과거에는 내가 만든 술을 마시면 머리가 아프지 않다며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디에 술이 있는지 알려주고 그냥 가져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빚은 술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며 “힘이 닿을 때까지 술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몇 년 전에는 인천에서 혼인상에 올린다고 술을 사러 왔더라고. 당진사람을 통해 알게 됐는데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직접 찾아왔다는 거야.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기분이 좋아. 힘이 닿는데까지 지금처럼 술을 빚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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