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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0.11.20 21:27
  • 호수 1332

[기고] 순국선열이 열망하는 사랑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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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순 봄봄문학상담연구소 대표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젊은 눈망울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시 태어나면/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 내 대답. 

박경리 선생은 시 <일 잘하는 사내>에서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농사짓는 삶을 살고자 했다. 혼자 살았던 삶의 무게를 벗고 자연과 함께 홀가분하게 살고 싶은 그녀의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을 살다가 자신만의 사랑과 아쉬움과 바람과 그리움을 남기고 돌아간다. 그런 한 생을 산다.

1905년 11월 17일은 우리 민족이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되는 날이다. 일제에게 강제적으로 외교권을 빼앗긴 을사늑약이 체결된 날이기 때문이다. 민족의 치욕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수많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기억하고 감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을사늑약이 체결된 그 날, 지위고하와 직업, 나이, 성별 모든 경계를 넘어 모두가 거리로 뛰쳐나와 주권을 빼앗기지 않으려 하나가 됐다. 민영환, 조병세 열사는 자결로 결연한 의지를 보였고, 최익현, 신돌석은 의병을 일으켜 일제에 항거하였다.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을 때까지 수많은 목숨으로 가슴을 적셨다. 이러한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11월 17일을 ‘순국선열의 날’로 제정했다.

순국선열(殉國先烈)과 애국지사는 국권 회복을 위해 일제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로, 1945년 8월 15일 광복의 기쁨을 지켜보지 못하고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들은 순국선열, 광복 이후 생존하신 분들은 애국지사라고 말한다.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는 너무도 많다. 알려진 이름으로, 알려지지 않은 이름으로 어쩌면 그 날을 살았던 우리 민족의 대부분이지 않을까? 이들은 한 사람의 삶으로 살지 못하고 오롯이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열망으로 살았다. 그들의 열망과 수많은 목숨으로 지켜낸 나라에서 우리는 오늘을 살고 있다. 이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잊을 수 없는 일이며 잊어서도 안 되는 일인 것이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서 애쓸 것이다”라고 안중근 의사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는 언제 들어도 가슴 뭉클하다. 얼마나 간절하고 위대한 열망인가! 당시 그의 나이는 31살이었다. 그는 삶뿐만 아니라 죽음까지도 나라독립을 위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여섯발의 총성이 울리고 군중 속에서 큰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외쳤던 그에게 죽음은 이미 두려움 밖의 일이었을 것이다. 강렬하게 바라는 독립, 간절하게 원하는 독립으로 가득찬 그의 삶은 열망하는 사랑이었다.

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을 기억하며 순국선열의 사랑에 머물러 보면 좋겠다. 가슴을 가득 채워 오롯이 집중했던 사랑, 31살의 짧은 생으로도, 목숨을 걸어도 더없이 충만할 수 있는 열망의 불씨를 우리들의 가슴에서 일으켜보면 좋겠다. 사랑은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는 불꽃이 되기도 하고 사랑은 저 먼 북극성처럼 삶의 안내자가 되기도 한다. 열망하는 사랑은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하고, 나와 함께 하는 사람과 사회 그리고 지구와 우주를 위하는 삶을 고민하게 한다. 나와 너 우리로 함께하는 행복한 삶을 향해가게 한다.

순국선열이 열망하던 사랑으로 열어준 오늘, 그들에게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라고 묻는다면 그들의 대답은 어떤 것일까? 24살, 31살 그보다 더 꽃다운 나이로 순국선열이 된 수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들의 오늘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이 열망했던 오늘을 살고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분들이 오늘을 어떻게 살고 싶을까 생각해보아야 한다. 나는 순국선열들의 대답이 박경리 선생님의 대답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순리를 따라 살아가는 것 말이다.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사랑에 물들어 행복한 가을, 깊은 감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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