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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
  • 입력 2020.09.11 21:10
  • 호수 1323

“선구는 과연 전학을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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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고 흰바람벽, 작은 학교 애환 담긴 영화 제작
유곡초·조금초·서정초 학생 및 교사들도 출연
현재 김포국제영화제 출품…오는 12월 발표 예정

 

전교생 6명을 모아도 축구 한 팀도 안되는 학교가 선구(김한준)는 지겹다. 배우고 싶은 자동차 수업도 없고, 학원조차 없을 정도로 시골인 것도 마음에 안 든다. ‘읍내’ 학교는 다를 것만 같다. 자동차 수업도 들을 수 있고, 급식도 맛있고, 애들도 많고, 학원도 있는 읍내 학교로 전학 가자고 자꾸만 조른다. 그럴 때마다 형편이 어려운 엄마의 한숨은 깊어져간다.

선구·선영 남매가 ‘왕덕초’를 떠나면 5학년은 단 두 명, 2학년은 아예 사라져버린다. 엄마만큼이나 학교도 비상사태다. 이를 막기 위해 전교생이 나섰다. 심지어 선생님까지 가세했다. 아이들의 깜찍한 전략은 무엇일까? 과연 선구는 전학을 선택했을까?

배우 및 장소 섭외 함께해
호서고등학교(교장 이규용) 영화 동아리 흰바람벽(지도교사 구자경·봉원종, 감독 박서연)이 세 번째 영화 <학교는 오늘도 안녕하다> 제작을 마쳤다. 심훈의 일대기를 다룬 흰바람벽의 첫 영화 <그날이 오면>이 나온 지 1년 만이다.

이번 영화는 작은 학교의 애환을 담아냈다. 점점 줄어드는 학생 수에 사라지는 학교들, 그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의 모습을 그려냈다. 영화는 구자경 지도교사가 시나리오를 썼으며, 박서연(호서고 2)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리고 17명의 학생이 조명부터 시작해 소품과 의상, 스크립터, 조연출, 편집 등에 참여했다.

이번 영화는 특별하게 인물 섭외까지 이뤄졌다. 지난 <그날이 오면>은 모든 역에 호서고 학생들이 참여했던 반면, 이번에는 서정초와 조금초, 호서고 학생이 등장한다. 그리고 교사로는 유곡초 곽승근 교장을 비롯해 두 명의 교사가 참여했다. 출연 외에도 섭외를 위해 김효실 마을교사와 조금초 김대인 교사의 공이 컸다. 그 외 장소 섭외 역시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
 

“지역 곳곳 모습 담겨”
영화 장면 곳곳에 당진의 모습이 담겼다. 초록빛으로 물든 너른 우강 평야를 걷는 아이들, 작은 학교 조금초, 그리고 유곡초와 강령 생선구이, BHC치킨 당진터미널점 등. 그리고 영화가 막을 내리고 마지막 장면으로 폐교된 도성초의 모습이 지나간다.

아이들을 반겼던 교문은 녹슨 채 닫혀 있고, 웃음소리로 채워졌을 학교의 외벽은 뜯겨 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함께 떠오른다. “이제 작은 학교들의 문을 닫을 게 아니라 새롭고 알찬 교육의 장을 만들어야 하며 그래서 내일도 학교는 안녕해야 한다”고.

한편 이 영화는 인터넷 네이버TV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김포국제청소년영화제에 출품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으며, 오는 12월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함께 한 사람들>
▪호서고 흰바람벽 동아리 학생들 △이호정 △장나령 △최다은 △최은나 △성민지 △이현 △김민경 △김바다 △맹유민 △김연선 △박서연 △신동빈 △인효림 △권준희 △정서진 △이영빈 △김민기 ▪지도교사 △구자경 △봉원종 ▪배우 △김한준(선구 역, 서정초6) △김소율(선영 역, 서정초3) △이청우(혜미 역, 서정초6) △공건우(경호 역, 조금초6) △최승협(윤수 역, 조금초6) △김주형(건 역, 조금초5) △인지원(진수 역, 호서고1) △곽승근(윤민기 교사 역, 유곡초 교장) △김진희(선구 엄마 역, 유곡초 교사) △곽승철(선구 담임 역, 유곡초 교사) 그 외 조연 6명
 

[마을기반 교육과정 운영 단편영화 제작기] 호서고등학교 구자경 교사

학교는 오늘도 안녕하다

영화 예술의 매력을 ‘상상(想像)’이라 말한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고 싶다. ‘이상(理想)’
작은 산골마을에서 자란 나에게 학교는 낯설면서도 이상에 가까운 공간이었다.

(중략) 외진 산골에 있던 우리집 주변엔 딱히 친구라 할 만한 또래가 살지 않았다. 그래서 10리나 떨어진 초등학교는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전교생 100여 명 남짓한 시골 학교는 그렇게 나와 우리의 꿈을 키워간 공간이었다.

학교가 사라졌다. 마을의 아이들이 줄어들면서 본교였던 학교는 분교로, 다시 폐교의 수순을 밟았다. 학교 부지는 어느새 매각되고 그 자리엔 지금 작은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새롭게 꾸미고 가꾸는 과정에서 학교 건물은 변형되었지만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진 마을엔 이제 미술관을 찾는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마을에서는 나이 오십이 넘어도 여전히 청년회에 소속되어 있고, 일흔의 나이에도 경로당 막내 신세를 면치 못해 라면을 끓이는 광경을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다. 그런 마을에 이제 학교는 없다.
지난해부터 영화를 만들면서 아이들과 우리 지역의 문제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사회는 발전적으로 변해간다는데, 우리 마을은 어딘가 모르게 헛헛해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경제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항상 소외되고 결핍을 경험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작년 영화 제작을 마치고 새 영화를 준비하면서 이런 우리의 현실을 영화로 담아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자료를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도 충격적이었다. 최근 10년(2009~2019) 간 전국에서 682개 학교가 폐교됐다고 한다. 인구감소, 그에 따른 경제 논리가 반영된 결과이리라. 지금도 신설 학교 하나를 세우기 위해 두세 개의 학교를 폐교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고 들었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으로 거액의 학교운영비가 지원된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중략) 무더위와 함께하는 촬영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스태프 아이들은 잘 안다. 그래서 더 견고한 협력이 필요함도 알고 있다. 코로나를 이겨내며 어렵게 시작한 활동이기에 아이들이 이번 작품을 안락함 속에서 얻은 결과보다 더 값지게 여기리라 믿는다. 더불어 마을을 사랑하고, 작은 것의 가치를 아는 이로 성장하길 바란다. 아이들의 노력은 상상(想像)으로 머물지 않고 이상(理想)을 상상하는 길이 될 것이다. 그래야 학교는 내일도 안녕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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