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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0.09.11 21:05
  • 호수 1323

우리 이웃의 이야기, 소상공인 22
가나안 건강원
“약 짓는 일이 ‘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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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버지 위해 약 지으러 가던 20리길
중학교 때부터 더부살며 한약 짓는 일 배워

가나안 건강원의 시작은 30년 전 아니 이병섭 대표가 ‘국민학생’일 무렵부터 시작하니 족히 50년은 더 됐다. 이 대표와 약방과는 필연적이었다. 위암으로 투병하던 아버지를 위해 정미면 봉생리부터 약방이 있는 천의리까지 왕복 20리(8km)가 넘는 길을 걷고 걸었다.

가족의 삶을 지키기 위해 오가야만 했던 그 약방 가는 길이, 평생 걸어야 할 길이 됐다. 그리고 지금의 가나안 건강원로 성장해 오며 오늘도 이 대표는 사람들의 건강을 염원하며 약을 짓고 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고

천의초등학교를 다닌 그는 졸업하자마자 인천으로 떠났다. 낮에는 일하고 야간에는 학교에 다니며 품삯을 받지 않고 더부살이 하며 지냈다. 그렇게 고등학교까지 마친 그는 서른무렵 한약조제자격 시험(한약사 제도 도입 이전에 한약을 취급했던 약사를 인정하고자 치러진 시험)에 도전했으나 84점으로 낙방하고 말았다. 그는 “당시 서산 면소재지에는 한약방이 없었다”며 “시골이라 경쟁자가 없을 줄 알았는데 1명 선발에 6명이 응시해 결국 떨어졌다”고 말했다.

“시험에 나온다는 4000문제를 공부했는데 거기서 딱 한 문제 나오더라고요. 반면에 덜 공부한 분야에서 문제가 많이 나왔죠. 그렇게 떨어졌어요.”

배운 일이 약 짓는 것이었던 그는 당진을 찾아 가나안 약국을 시작했다. 의약분업이 되기 전까지 양약국을 차리고 한약을 판매했다. 하지만 점점 약업 제도가 전문화되고 2000년 의약분업이 이뤄지면서 가나안 약국을 그만두고 지금의 가나원 건강원으로 바뀌었다. 30년의 세월을 지켜 온 가나원 건강원은 당진어시장 입구에 있는 조약국 앞에 자리했다가, 지난 2004년 지금의 자리(시장중앙길 84)로 이전했다.

그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인근 차 번호판 달아주는 곳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었다”며 “점점 상가들이 많아져 현재의 모습이 됐다”고 말했다.

200개의 한약재 보유

가나안 건강원에서는 200여 개의 한약재를 보유하고 있다. 흔히 십전대보탕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당귀, 작약, 인삼, 감초 등의 재료부터 각가지의 한약재가 있다.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혹은 구입한 재료로 약을 짓고자 하는 손님들이 가나안 건강원을 찾는다. 그리고 포도와 사과 등 제철을 맞은 농산물로 즙을 내리는 손님도 많다.

이 대표는 “종종 TV에서 몸에 좋다는 한약재가 나오면 다음 날 그 재료를 찾는 손님들이 늘어난다”며 “TV 프로그램을 보지 않아도 여기 앉아 있으면 다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약은 좋은 재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는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고, 다음은 정성을 들이는 거예요. 이렇게 약을 내리면 좋은 약이 나오죠. 이럴 때 보면 이 일이 천직이라고 느껴요.”

작업한 지 5분 만에…

하지만 늘 좋은 순간만 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5년 칡즙 주문이 들어왔던 그 날, 유난히 일이 하기 싫었다. 하지만 단골손님을 위해 몸을 움직였고 작업한 지 5분 만에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오른손을 잃은 그는 다른 이에게 일을 넘겨줬다. 하지만 그를 찾는 사람들의 주문에 3년 가까운 공백을 지나 다시 가나안 건강원으로 돌아왔다. 전과 달리 움직임이 자유롭진 못하지만, 요령이 생겨 20kg가 넘는 양파 포대도 번쩍 든다고.

한편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지난 7월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그는 8월 말에야 건강원으로 다시 오게 됐다. 아픔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 일은 그에게 여전히 천직이다.

미자립 교회 택해
한편 이 대표는 현재 교인 30명이 전부인 봉생교회의 장로다. 30대 중반 일찍이 장로가 된 그는 여러 교회에서 그를 찾았지만 고향의 미자립 교회를 택했다. 이 대표는 “고향이기도 하지만 교역자에게조차 생활비를 주지 못하는 작은 교회에 힘을 주고 싶었다”며 “곧 퇴임인데, 앞으로도 교인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제 바램이랄 것이 있나요. 큰 욕심 없어요. 그동안 잘 살아왔으니 지금처럼 사업하고 교회도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위치 : 시장중앙길84 (당진 오일장 입구)
▪문의 : 355-4237

※이 기획기사는 2020년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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