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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1 21:02
  • 호수 1323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우수상 수상한 김영옥 씨
“배움은 ‘나’를 발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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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단절된 사회 ‘빗장’에 비유
가정형편 때문에 배우지 못했던 한(恨)
해나루시민학교에서 찾은 새로운 세상

 

“…이 집, 저 집 빗장 미는 소리가 들려오네…. 한 집, 두 집 빗장 열리는 날이 오기를 기도하네….”

해나루시민학교에 재학 중인 김영옥(49·채운동) 씨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실시한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 참가해 우수상을 수상했다. 세계 문해의 날(매년 9월 8일)을 맞아 문해교육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된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주변에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내용을 주제로 시화전 공모가 진행됐다.

김영옥 씨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이웃 간 단절되는 상황을 ‘빗장’에 비유해 <빗장이 열리는 날>을 기대하며 시를 썼고, 어린 시절 할머니댁의 대문을 회상하며 그림을 그렸다. 충남지역 예선을 거쳐 전국 심사까지 오른 그의 작품은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우수작품으로 선정됐다.

5년 망설이다 찾은 해나루시민학교

지난 2018년 11월 해나루시민학교의 문을 두들긴 김영옥 씨는 “학교에 오기까지 5년 동안 고민했다”며 “한참을 망설이다 용기를 냈던 그날, 어찌나 가슴이 두근거렸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글을 모르는 70~80대 노인들만 있을 것 같아서 40대 젊은 나이인 그가 해나루시민학교를 찾는 것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할머니 손에 자란 그는 가정을 책임지던 어머니를 돕기 위해 초등학교를 겨우 마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배우지 못했던 원망과 배움에 대한 열정이 동시에 그의 마음속에 크게 자라왔던 만큼, 해나루시민학교에 들어선 순간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그의 앞에 펼쳐졌다.

“새로운 것들을 배워가는 과정이 너무나 재밌고 행복해요. 새로운 한자도 알게 되고, 영어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몰랐던 세상에 대해 눈을 뜨는 것 같아요. 그림도 그려보지 않았던 제가 그림도 처음 그려봤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발견

일찍 학업을 놓았던 탓에 상을 받아볼 기회조차 없던 그가 전국 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는 소식 또한 믿기지 않았단다. 김영옥 씨는 “학교를 보내지 못해 늘 마음 아파했던 엄마가 ‘우리 딸 너무 잘했다’면서 정말 기뻐하셨다”며 “남편과 아이들, 오빠와 올케까지 모든 가족이 축하해줘서 정말 기쁘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창시절, 꿈 많은 어린 학생 때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비로소 나를 찾아가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특별한 꿈이 있는 건 아니에요. 대학도 가고,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해보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 나를 발견해나가고 싶어요.”

“자유롭게 수업하는 날 왔으면”

한편 구 군청사에 자리했던 해나루시민학교는 구 군청사가 철거되면서 지난 5월 읍내동 조이앤시네마 맞은편 건물로 이전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대면수업을 하지 못하고 과제로 수업을 대신하고 있다. 온라인 영상수업도 어르신들이 많은 해나루시민학교에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선이 해나루시민학교 교장은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수업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며 “해나루시민학교는 충남도교육청이 지정한 학교형태의 평생교육시설, 나이와 상관없이 배움의 때를 놓친 누구에게나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까지 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끄러움은 단 한 번뿐, 처음 딱 한 번만 용기 내면 된다”면서 “김영옥 씨처럼 많은 사람들이 배움의 기회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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