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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2호, 장고항 밤바다를 밝히다

기사승인 [1322호] 2020.09.04  19: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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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문면 장고항2리 강정의·이연배 부부의 꽃게잡이 현장

지난달 21일 금어기 풀려 꽃게잡이 한창
아버지 어깨 넘어로 배운 어업…바다 인생 30년
“코로나19로 식당 손님 줄고 택배 배송 늘어”

깊은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 강정의(61·석문면 장고항2리) 씨가 바다로 향한다. 고요한 적막 가운데 파도를 가르는 배 엔진소리로 강 씨의 하루가 시작된다. 거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지 30년이 넘었지만, 배에 오를 때면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깊은 바다에서 물에 젖은 그물을 길어 올리는 일이 꽤나 고되지만 그를 지금까지 버티게 한 건 오로지 가족이다.

새벽 2시 배 타고 바다로
새벽 1시 40분, 강정의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바다에 나갈 채비를 한다. 운영하는 가게(민영이네 횟집)에 들려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속을 채운다. 그리고, 방수가 되는 해상용 멜빵바지와 장화를 챙겨 입고 배에 오른다. 평소에는 식당 운영을 도맡아 하는 아내가 피곤할까봐 혼자 바다에 나가지만 지난 2일에는 아내 이연배(56) 씨도 함께 성신2호에 올랐다.

“대부분 어민들은 새벽 3~4시 경에 바다에 나와요. 우리는 식당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나오는 편이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강 씨가 배에 시동을 걸었다. 우렁찬 시동소리와 함께 배가 어둠 속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바다에서는 언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긴장 상태다. 일렁이는 파도에 배 위에서 일하다 바다에 빠질 뻔 하는 등 거센 파도로 위험천만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어느 날엔 함께 조업했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서 배 주변을 살펴보니 바다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단다.
 

살이 가득 찬 가을 숫꽃게
장고항에서 10~15분 정도 배를 타고 나가면 강 씨의 조업영역을 표시해 둔 부표와 깃발이 나타난다. 잠시 배를 멈추고 바다에 담가둔 그물을 건져 올린다. 기계가 빙글빙글 돌아가면 400m나 되는 그물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얇은 그물망에 걸린 꽃게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금어기 이후에 잡히는 가을 꽃게는 살이 꽉 찬 숫게다. 봄에 잡히는 암게는 둥근 배받이에 고소한 알이 가득 차 있어 간장게장에 주로 쓰이는 반면, 가을 숫게는 배받이가 길고 가늘다. 특히 암게보다 크고 살이 많아 꽃게찜이나 꽃게탕 재료로 쓰기에 아주 좋다.   

강정의 씨가 그물을 걷어 올리면, 아내 이연배 씨는 그물에 걸린 꽃게를 하나하나 빼내는 작업을 한다. 그물이 가는 데다 다리가 많은 꽃게를 그물에서 분리해내는 건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게다가 날카롭고 힘이 센 집게발에 손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갓 잡아올려 팔딱거리는 싱싱한 꽃게가 상자에 쌓여갔다. 간간이 그물에 걸린 우럭과 주꾸미, 다시마 등이 함께 올라오기도 했다. 강 씨는 “엊그제에는 그물이 안 보일 정도로 꽃게가 많이 잡혔다”며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꽃게가 적게 잡힌다”고 말했다.

자망방식, 몸은 고되지만 맛 좋아
새벽 3시 정도가 되면 깜깜한 어둠 속에 불빛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강 씨처럼 자망(그물)으로 꽃게를 잡는 어선들이다. 자망방식은 통발로 잡는 것보다 손이 더 많이 가고 힘들지만 강정의·이연배 씨는 자망방식을 고집해 왔다. 이연배 씨는 “몸이 고되지만 자망으로 잡은 꽃게가 통발로 잡은 꽃게보다 냄새도 안 나고 더 맛있다”고 말했다.

한편 꽃게잡이를 시작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나자 그물에서 꽃게를 분리해내던 이 씨가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며 간단히 몸을 풀었다. 이 씨는 “직접 손으로 해체를 하다 보니 손이 아리고 허리가 아프다”며 “몸이 힘들지만 지금껏 아들·딸 생각하면서 열심히 살아 왔다”고 말했다.

6시간 동안 배 위에서 조업
시간이 지나면서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들은 묵묵히 하고 있던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러다 새벽 4시쯤 어군탐지기가 고장 났다. 그동안 작동이 잘되던 어군탐지기가 갑자기 고장나자 강 씨는 직접 손전등을 들고 영역을 표시해 둔 깃발을 찾기 시작했다. 강 씨는 “옛날 사람들은 이러한 도구도 없이 어떻게 어업을 해왔는지 모르겠다”며 “갑자기 장비가 망가지는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가끔 생긴다”고 말했다.

새벽 5시40분이 지나면서 날이 밝기 시작했다. 강 씨는 뱃머리를 돌려 다른 구역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잠깐 사이 이 씨는 잠시 눈을 붙였다. 전날에도 밤 10시까지 식당을 운영했기 때문에 피곤이 쌓인 탓이다.

아침 7시를 넘어서까지 꽃게잡이는 이어졌다. 9호 태풍(마이삭)에 이어 10호 태풍(하이선)까지 북상하고 있어 오늘 조금 더 욕심을 내 꽃게를 잡기로 했다. 태풍이 불면 조업을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장장 6시간 동안 바다 위에서 꽃게 그물을 걷어 올리며 작업을 계속했다.

“바다, 떠날 수 없는 나의 고향”
배 위에서 꽃게잡이는 오전 8시 무렵 마무리했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부부는 싱싱한 꽃게 상태를 유지하려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잡은 꽃게를 식당으로 부산하게 옮겼다. 다행히 이날은 아내 이 씨의 도움으로 2시간이나 작업이 단축됐다. 박스 3개에 가득 잡힌 꽃게는 어림잡아 70kg 가량 됐다. 6시간 동안 고생한 결과다. 몇몇 사람들은 아침 9시가 채 되기도 전에 꽃게를 사러 식당을 찾아왔다.

강정의 씨는 “지난해에 비해 꽃게 가격이 떨어졌다”며 “지난해에는 1kg에 2만 원이 넘었는데 올해는 2만 원 받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물건이 부족했다”며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오고 가지 못하다 보니 일부러 하루 사용할 양만 잡곤 한다”고 덧붙였다.

꽃게철이 되면 식당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지만, 코로나19 탓에 요즘엔 식당 손님이 크게 줄었다. 대신 택배 배송 건이 주요 판로가 됐단다. 강 씨는 “모두가 어려운 시국에 다행히 지인들과 단골손님들이 꾸준히 식당을 찾아줘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어업은 고되고 힘든 일이에요. 하지만 인생의 절반을 바다에서 살았으니, 이젠 바다를 떠날 수 없죠. 건강이 허락하는 한, 힘닿는 날까지 계속 바다에 나가 일할 겁니다.”
 

 

김예나 yena0808@hanmail.net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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