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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14 23:40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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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키운 발명가의 꿈
조류발전장치 제작해 특허받은 김종득 씨(석문면 교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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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영향 및 고장 우려 적은 친환경 발전장치
과학적 상상·실험 좋아해 발명과 도전 이어와
사업 실패에 위험천만 순간도 있었지만 보람 느껴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했던 것처럼, 어린 시절 김종득(석문면 교로리, 68세) 씨의 꿈 또한 하늘을 나는 것이었다. 호기심이 많은데다 과학적 원리를 찾아내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보거나 실험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일흔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때로는 사업에 실패해 큰 좌절감을 맛보기도 했고, 어떨 때는 다치거나 죽을 뻔한 위기도 넘겼지만 그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발명’은 그의 취미이자 놓을 수 없는 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해 조류발전장치를 제작해 특허까지 받았다. 

남달랐던 어린 시절 

1953년 석문면 교로리에서 태어난 김종득 씨는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아이였다. 바다에서 나고 자라 물과 바람의 흐름에 관심이 많았다. 11살 때는 석유풍로를 보며 그을음과 냄새, 매연을 개선할 방법을 찾다 제트엔진의 원리를 스스로 찾아냈다. 물의 낙차를 이용해 수력에너지를 실험하는 등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과학적 상상을 실현해 내는 게 재미있었단다. 

발명가를 꿈꿨던 그는 16살에 고향을 떠났다. 반드시 성공해서 돌아오리라 다짐하며 그는 교로리 바닷가 어느 바위 한 귀퉁이에 ‘1968년 8월’이라고 그가 고향을 떠난 날짜를 새겼다. 바위에 새긴 글씨처럼 금의환향 하리라 굳게 결심했다. 

이후에 그는 인천에서 텐트 사업을 시작했다. 바닥에 떠 있는 텐트를 발명해 특허를 받은 제품이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사람들이 자기 차를 갖고 있지 않았던 시절인데다, 여행이나 캠핑문화가 발달했던 때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업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상상하고 만들고 실험하고

김 씨는 사업을 접고 빈털터리가 돼 고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라면 하나 끓여 먹지도 못할 만큼 수중에 아무 것도 남은 게 없었단다. 돈은 물론이고 사람들마저 그를 떠났지만, 고향의 바다는 넉넉한 품으로 그를 품어주었다. 바다에서 나고 자라 수영만큼은 자신 있었던 그는 직접 해산물을 채취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게와 낙지 등을 잡아다 팔면서 한푼 두푼 모았다. 이 과정에서도 스노클과 같이 바다 속에서 숨 쉴 수 있도록 하는 장비를 만들어 사용했다.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즐겁고 재밌는 일이었지만 위험천만한 순간도 있었다. 어느 날은 TV에서 패러세일링(낙하산을 자동차나 모터보트 등 긴 줄로 연결해 공중비행을 즐길 수 있게 만든 레저스포츠) 장면을 보고 직접 낙하산을 만들었다. 보트에 끈을 연결하는 대신 해변에 말뚝을 박아 바닷바람을 이용하니 낙하산이 부풀어 오르면서 몸이 살포시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바람이 거세지면서 낙하산이 공중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특별한 안전장치도 없이 그를 지탱하는 건 붙잡고 있는 파이프가 전부였다. 땅이 아득히 멀어졌다. 30m 넘게 하늘로 올라간 그는 바람이 잦아들지 않아 계속 하늘에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고 가까스로 파이프를 팔꿈치에 걸어 30분 가량을 버텼다. 이후에 바람이 조금씩 약해지면서 낙하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김종득 씨는 “공중에서 얼마나 사투를 벌였던지 땅에 내려오니 팔꿈치가 퉁퉁 부었다”며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과학적 원리를 관찰하고 고심해서 만든 무언가가 내 생각처럼 될 때는 기쁘고 재밌다”고 말했다. 

▲ 김종득 씨가 만든 조류발전장치 일부

“조류에너지 산업에 도움됐으면”

한편 김 씨는 지난해 4월 조류발전장치를 만들어 특허를 받았다. 물레방아처럼 생긴 조류발전장치는 물의 흐름을 이용해 대형 수차를 돌려 발전하는 설비다. 해저에 설치하는 조류발전기는 만의 입구를 막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해양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쳐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한다. 또한 바다 속 쓰레기와 중성부력체(물 속에서 떠다니는 물질) 등이 발전기 날개에 끼어 고장 날 우려가 클 뿐만 아니라 해저에 있기 때문에 수리도 쉽지 않다. 그러나 김 씨가 제작한 조류발전기는 바지선을 띄워 수면에서 발전장치를 가동하는 것으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했다.  

특히 김 씨의 조류발전장치는 여느 발전장치와 달리 수차 날개의 각도를 틀고, 날개 끝에 가이드날개(저항체)를 붙여 조류에너지의 효율을 높였다. 때문에 1m/s(2노트) 정도로 물살이 느린 곳에서도 발전이 가능하며, 유속의 2배 이상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서해안 어디에서든 발전이 가능한 셈이다. 또한 반경 5m 정도 되는 발전장치를 통해 50kW 이상의 전기를 생산해낼 수 있다고. 

▲ 김종득 씨가 조류발전장치를 고안해 받은 특허증

김종득 씨가 1년 가까이 고민하며 고안해낸 조류발전장치는 약 한 달 정도면 제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실제로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제작비 후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 씨는 “석문면 교로리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서 있어 늘 환경 문제에 시달려왔다”며 “이번에 제작한 조류발전장치는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함으로써 미래에너지로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학적인 원리를 바탕으로 상상한 것을 실제로 만들어 냈을 때, 그리고 그것이 과학적이고 효과적이라고 확인받을 때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이번에 고안해 낸 조류발전장치가 우리나라 조류에너지 발전에 초석이 되고 나아가 신재생에너지산업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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