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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산다, 사회적 협동조합 2 대전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

기사승인 [1070호] 2015.07.31  15: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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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상상 현실이 되다

세차 사업에 뛰어든 발달장애인
“일 힘들지만 재미있어”

“말도 안 되는 짓이에요. 사업은 아무나 하는 줄 아세요?”
자폐성 발달장애인들과 협동조합을 운영하겠다고 하자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최명진 이사장의 다잡은 마음을 꺾지 못했다. 그는 오랫동안 함께 장애인 학부모 모임을 해온 몇몇 사람들과 의기투합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대전 유성구 지족동 품앗이 매장을 찾았다. 인근 빈 공터 이동식 천막 아래에서 몇몇 사람들이 땀을 쏟으며 세차를 하고 있었다.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이하 연리지협동조합)에서 벌이고 있는 세차사업이다. 물 한 컵(50~100ml) 분량으로 차 한 대를 닦아내는 회오리 세차다. 저압에서 강력한 회오리바람을 분사해 더러운 때를 씻어내는 새로운 세차방식이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기업’은 이렇게 여러 사람의 반대 속에 뜻있는 몇 사람의 의지로 만들어졌다.

왜 장애인을 위한 협동조합인가?

“저도 장애 아이를 둔 엄마예요. 아이를 키우다 보니 할 일이 참 많더군요. 지난 2005년에만 하더라도 발달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 입학을 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어요. 전국 장애인 부모들이 모여 특수교육법을 만들기 위해 싸웠죠.”

최 이사장은 당시를 떠올렸다. 국회 앞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자치단체를 오가며 목이 터져라 시위를 벌였다. 법이 만들어진 후에도 학교로 출근해 장애 아이들의 차별 여부를 감시해야만 했다. 이런 노력 덕에 발달장애인에 대한 교육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정부의 고민은 장애 아이들의 학교입학과 교육까지였다. 정부는 학교를 졸업한 뒤 20대 이후 발달장애인의 삶에 대해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해도 갈 곳이 없잖아요. 신체는 건강하지만,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어느 기업도 선뜻 취업자리를 내주지 않거든요.”

발달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속적 삶을 위해 부모들이 다시 나섰다. 그만큼 절박했다. 발달장애인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확인해주고 싶었다. 참을성도 없고, 집중력도 약하고, 감정 기복도 심하고, 약속도 잘 지키지 않는 아이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편견을 깨주고 싶었다.

“발달장애인들의 특성과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내세웠죠. 집착을 꼼꼼함과 정성으로, 반복적 행동을 꾸준함으로 변화시키기로 했어요. 집중해서 단시간에 시간제가 가능하고 비장애인과 함께할 수 있는 회오리 세차사업을 선택하게 됐어요.”

장애가족이 뭉쳐 만든 세차 협동조합은 이러한 고민 끝에 2013년 2월 탄생했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의 장점을 결합한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못했던 게 아니라 기회가 없던 것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협동조합도 마찬가지다. 협동조합은 기업이다.

돈을 벌어야 하고 말 그대로 ‘협동’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자본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인 기업이어야 한다. 특히 연리지협동조합에게는 여느 협동조합과는 달리 아무도 해본 적 없는 발달장애인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기업이다. 연리지협동조합에는 8명이 일하고 있다. 이 중 6명이 발달장애인이다. 비장애인인 2명의 팀장을 중심으로 3인 1조, 또는 4인 1조로 작업한다.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부모끼리 간담회를 열어요.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태어나 이렇게 행복해하는 걸 처음 본다고 말할 정도에요.”

특성을 강점으로 전환하겠다는 믿음은 적중했다. 장애인 직원들은 고객들이 만족할 만큼 세차 일을 꼼꼼히 해내고 있다. 단골손님도 늘어가고 있다. 물론 쉽게 만들어낸 결과는 아니다. 연리지협동조합의 제일 목표는 조합원이 아닌 일하는 장애인 직원들이다. 인지하는 수준만큼 자기결정권을 갖도록 꾀한다. 자조모임을 통해 야구장에서 ‘치맥’을 즐기고, 전국 곳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식사메뉴부터 하고 싶은 일까지 되도록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있다.

“처음엔 경직된 표정 외에 다른 표정이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함께 일하면서 기쁘고, 화나고, 힘들어하는 표정을 짓고 표현까지 해요. 일이 힘들지만 재미있다고 말하죠.”

장애인이 중심이 돼 일자리를 만들었다. 발달장애인들이라 세차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편견임을 확인시켰다. 몇몇 사람들의 행복한 상상이 현실이 됐다. 최 이사장은 지역 시민들에게 “장애인은 할 수 없던 게 아니라 충분한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이라며 “귀 기울여 들어주고, 믿은 만큼 기다려 달라”고 조언했다.

“성공은 아직…지금이 최대위기”

“아직 자리를 잡은 게 아니에요. 성공사례가 아니라는 거죠. 과정에 있어요. 지금이 바로 최대위기인 거죠.”

전국 곳곳에서 연리지협동조합 사례를 보기 위해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 그때마다 최 이사장은 “성공모델이 아닌 어떤 고충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현실을 보고 싶으면 오라”고 말한다. 연리지협동조합은 아직 고정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대전시청과 대전 동구청 등 공공기관과 특수학교 등 주차장에서 출장 세차를 하고 있다. 장애인가족, 후원자 등 200여 명의 조합원이 후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영적자가 커져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긴축운영을 하고 있다.

“출장지가 잘 안 잡혀요. 열릴 듯 열리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좋은 일이고 꼭 필요한 일인데 작업공간까지 내주기는 어렵다고 해요.”

그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믿고 세차만 맡겨줘도 협동조합이 쉽게 자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리지협동조합의 우선 목표는 세차사업의 내실화다. 주유소나 차량정비소 인근에 고정 매장을 확보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 이사장은 장애직원인 만큼 지역사회를 신뢰하고 있다.

“위기를 맞아 어깨가 무겁지만 잘 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어요. 고맙기도 해요. 협동조합이 아니었으면 이만큼 오지 못했을 겁니다. 꼭 성공모델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그에게 못다 한 한마디를 부탁했다. “연리지협동조합으로 세차하러 오세요!”

당진시대·홍주신문·태안신문·청양신문
연합기획취재팀

※이 기사는 충남미디어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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